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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월드컵의 외부효과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2147
게재일자   2002-06-21
Content (내용)
월드컵은 분명히 스포츠 경기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는 월드컵을
치루기 위하여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였지만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정
부의 예측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투자손실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일부
대기업의 광고효과, 디지털 TV에 대한 수요급증 등을 제외하면 월드컵 특수를 누리
지 못하고 있고 관광업계는 오히려 월드컵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
은 월드컵 열기가 가라앉으면 본격적으로 부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월드컵의 경제
적 효과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그리고 많은 경우 무형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한국이 거둔 가장 큰 수확은 국가 브랜드 가치의 상승일 것
이다. 한국은 경제규모면에서는 세계 13위이지만, 국가 브랜드 가치는 30위권에 머
무르고 있다. 한국은 그 동안 OECD 국가 가운데서도 부패지수가 높은 나라로서 국
가 이미지가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제약으로 작용하
여 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 축구 실력의 경이적인 향상, 길거리 응원전의 열
정과 화합의 대서사시, 세계로 타전된 성숙된 질서의식과 친절, 세계인의 축제를 성
공적으로 이끌어 가는 국민적 역량,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의 어두운 이미
지를 씻어내고 21세기를 이끌 역동적이고 진취적이고 자신감에 찬 국가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지난 40년간의 놀라운 압축성장, 외화유동성위기
의 조기극복, 금 모으기 운동 등 20세기 중반이후 우리 국민이 보여준 놀라운 성과들
과 맞물리면서 한국 국민의 역량에 대한 세계인의 신뢰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보
인다.

응원단들이 붉은 파도를 일으키며 노도와 같이 토해내는 “대~한민국”, “오~필승 코
리아”의 함성은 지역갈등, 노사갈등, 정치권의 네거티브 캠페인, 그 모든 것을 용해
하고 있다. 개인주의 의식에 젖어 있는 젊은이들이 보여준 통일된 함성과 율동은 국
가와 민족에 대한 소속감을 뜨거운 가슴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였을 때 우리 국민은 국채보상운동, 금 모으기 운동 등으로 국민적 응집력을 행
동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오늘 다시 위기가 아닌 축제의 마당에서 세계가 주목하
는 국민적 대통합을 연출하고 있다. 생산성은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이 충만하고 화
합과 통합이 이루어질 때 크게 향상된다.

연인원 수백만 명이 축구장에서 야구장에서 길거리에서 자신의 감정을 유감없이 표
출하면서도 언론이 연일 보도할 정도로 아무런 불상사 없이 질서 정연한 모습을 보
여주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질서의식이 어느 선진국 국민들에 못지 않게 성숙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 동안 경제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민의식 수준
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
성을 확인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또 다른 성과는 지도자의 리더십의 중요성을 전 국민에게 일깨워 주
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의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에 대한 분석에는 어김없이 히딩
크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높은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그리고 히딩크의 리더십은 경
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연고주의를 극복하고 능력주의로 이행하여야 한다는 사
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하여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역량과 열정, 성숙된
질서의식, 강한 자신감과 긍정적 사고, 화합과 통합의식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국민
적 에너지를 월드컵이후에 국가경쟁력으로 승화시켜낼 수 있는 리더십이 절대적으
로 요구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연고주의와 부패의식을 극복하고 능력 있는 훌륭
한 지도자를 선출하여야 비생산적이고 혐오스러운 갈등의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의
열정과 화합의식을 국민적 에너지로 결집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나라가 21세기에 세계지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는 길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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