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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북한은 개벽하는가?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2097
게재일자   2002-09-27
Content (내용)
북한이 21세기 벽두인 2000년 이후부터 파격적인 방법으로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있
다. 남북 및 북.일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예상을 깨는 파격으로 세상의 이목
을 집중 시킨 바 있다. 그는 또한 지난해 상하이 푸둥지구를 방문 하였을 때 천지개
벽이라는 표현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의 성과를 평가 하였고, 그 후 일련의 개혁.개
방 조치들을 단행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생산성 제고를 위한 개혁으로서 생산단위의 자율권 확대 조치를 취하더
니 지난 7월에는 배급제 폐지와 가격개혁 조치를 단행 하여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시
작 하였다. 이것은 북한의 전통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기본 골격에 해당 하는 지
령경제와 계획경제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개혁 조치 이다. 북한은 또한 경의
선. 동해선 등 분단된 철도.도로를 복원 하자는 남북한 합의 내용을 실행에 옮김으로
써 개방의 의지를 보이더니, 지난 주에는 파격에 가까운 신의주 특별 행정구 법안과
설치 방법을 발표하였다.

북한은 향후 50년간 특구에 입법.사법.행정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부여 하는 중국의
홍콩식 1국 2체제 방식을 취하였다. 특구의 총책임자인 초대 행정 장관에 39세의 네
덜란드 국적의 화교 사업가 양빈을 임명 하고 임시 입법위원 15명 가운데 절반을 외
국인으로 구성 한다는 조치를 단행 하였다.

최근 북한에서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파격은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적 성향에
서 비롯 되고 있는 것인가, 개혁.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에 기초한 치밀
한 전략적 선택인가. 아니면 현재의 경제위기, 국제적 고립, 미국의 '악의 축' 위협에
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시적인 충격요법인가.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하여 이처럼 세
상의 신뢰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은 이미 과거로 회귀할 수 없는 다
리를 건너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의 성공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의 길이기에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파격이 개벽을 위한 치밀한 전략적 선택이기를 바란다.

개벽을 위한 선택이라면, 북한은 왜 특구의 운명을 외국인에게 맡기는 이러한 파격
을 감행 하였을까. 북한은 국제사회에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줌으로
써 국제 사회의 신뢰를 확보 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미국이나 국제 금융기관 으로부터 자본 유입이 어려우므로 네덜
란드 국적의 화교 사업가를 특구 책임자로 영입 함으로써 유럽과 화교 자본을 유입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화교자본과 유럽자본을 성공적으로 끌
어들이기 위해서는 특구가 중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생산 입지나 시장 환경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외국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신의주는 중국에 비하여 시장 환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고, 항만.철도.도로.전력 등 경제 인프라도 너무나 취약하다. 이러한 한계점
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값싼 양질의 노동력과 값싼 토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
는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도록 생산적인 사회간접자본과 효율적인 경
제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문제는 양빈 행정장관이 이러한 역량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화훼산업과
부동산 사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 하였지만 탈세와 위법 혐의를 받고 있고 자신의
사업과 관련하여 증시에서 자본조달도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이것은 부를 축적
하였지만 자본주의 기업인으로서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
한 사람이 과연 하나의 도시국가를 성공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까?

신의주 실험의 성공은 양빈 장관의 역량, 북한 정부의 정책의 일관성,사회간접자본
의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이러한 점들을 잘 해결하여
개혁.개방에 성공하기 바란다. 이것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서 통일비
용을 줄이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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