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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금리정책의 딜레마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2083
게재일자   2002-10-11
Content (내용)
한국경제는 현재 버블조짐과 냉각조짐을 동시에 보이고 있어 최근 몇 개월간 금리인
상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10일에 개최된 금융통
화위원회는 격론 끝에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연4.25%)에서 동결키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에서는 시중에 유동성이 과잉공급 되어 있어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고 있고
경상수지 규모가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의 조짐마저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여 유동성을 흡수 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
고 있다. 재경부에서는 미국 등 해외시장이 불안정하고 증권시장이 계속 혼조를 보
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경제를 침체국면으로 몰아넣을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금리인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 두 가
지 현상이 동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금리정책을 펴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점
이다.

정부는 금융위기 이후 내수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하여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는 등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소비지출을 촉진시키는 정책을
실시하여 왔다. 그리고 금융기관은 기업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 경쟁적으로 기업보
다 오히려 가계대출을 확대하여 왔다. 이러한 현상이 저금리와 맞물리면서 가계 대
출이 급속도로 증가하였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9월말 현재 사상 최대치로 205조 8천억원에 달하고 있는
데 이것은 국가 1년 예산의 약 2배에 달하는 액수이다. 가계는 주택 등 부동산을 담
보로 금융기관에서 차입하여 새로운 부동산을 구입하고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가계부채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버블을 형
성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차입 금융 비용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만성적
인 초과수요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버블의 확대재생산 구조이다. 버블이 형
성되고 있다면 버블이 커지지 않도록 정책적 대응을 하여야 한다.

이것을 가볍게 생각하면, 버블은 빠른 속도로 커질 위험성이 있다. 버블은 커지면 반
드시 터지게 되어 있고 버블이 터지면 자산가치 폭락, 가계파산, 경기침체로 이어지
게 된다. 문제는 현재 버블이 확대재생산 과정에 들어갔느냐 하는 것인데 그 판단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버블경제의 징후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부동산 투기 및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
는데도 불구하고 9월의 가계대출은 감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전월대비 12.7%나 증가
하는 등 최근에 올수록 그 증가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개인파산자도 급
증하고 있다. 대법원자료에 의하면 금년 7월까지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전년 동기대
비 46퍼센트나 증가 하였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불감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다. 소비지출은 소득의 범위를 초과하여 할 수 있지만, 자신이 갚을 수 있는 능력의
범위를 초과하여 빚을 얻어 서서는 안 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의식이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자신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여러 개 발급받아 카드 빚을 쓰고 돌려 막기로 연명하는 위험한 곡
예를 하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카드 빚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분수를 넘
는 무분별한 소비행태와 해외여행의 증가로 경상수지 흑자 폭이 지난 4년간 크게 감
소되어 적자로 전환될 위험마저 있다.

세계 GN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불안, 미국과 이라크와의 전쟁
불안 등으로 세계증시는 주가 폭락 도미노로 패닉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
황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금리인상 시기를 놓쳐 버블이 확대재생산
과정에 진입하게 되면 그것은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금리정책의
딜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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