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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널뛰기 부동산 정책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2178
게재일자   2002-10-25
Content (내용)
정부는 최근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 하였다. 부동산가격이 급등
하는 지역에는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가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되 기본 세율
보다 최고 15%포인트 높게 중과세 한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확대하고 부동산 투기
혐의자 색출을 위한 종합전산망을 구축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권 전매 금지, 청약 1순위 자격제한, 오피스텔과 주상복합 건
물의 선착순 분양금지 등을 실시하고, 서울 강북개발과 판교 등수도권지역에 신도시
를 건설하여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이러한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첫째, 정책이 냉탕 온
탕을 넘나들면서 그 신뢰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불과얼마 전에 건
설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주택청약 가입 자격을 세대주에서
20세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 바 있다. 그 결과 청약1순위 가입자가 급증하여 청약대란
이 발생하자 청약 1순위 자격을 제한해버렸다. 정부가 이러한 방식으로 정책을 계속
펴면 정책의 신뢰성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신뢰성을 상실하면 어떠한
정책도 그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둘째, 이러한 정책은 투기 발생 원인에 기초한 근본적 대책이라기보다는 땜질식 응
급대책들로 대증요법적인 정책들이다. 우리는 부동산 투기가 언제나 서울에서 발원
하여 수도권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왔다는 사실에 주목 하여야 한다. 1980년
대말 전국을 요동쳤던 부동산 투기열풍도, 최근의 아파트 투기도 모두 서울에서 발
원하였다. 이것은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서울에 만성적 초과수요가 존재하기 때문
이다. 투기는 언제나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확산될 때 발원한다. 즉, 만성적
초과수요가 존재하는 곳에 가격상승의 계기만 주어지면 쉽게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
심리가 확산 되면서 투기가 일어나게 된다.

최근 발생한 아파트 투기도 이 메커니즘을 따르고 있다. 일산 등 신도시 지역에서 서
울로 교통체증이 심화되고그 지역에 고교평준화가 실시되면서 신도시 지역 주민이
강남으로 모여들고 저금리로 주택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강남지역 아파트에 대
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이 만성적 초과수요와 맞물리면서 시세차익에 대
한 기대심리를 자극하여 투기가 발생하게 되었다.

정부가 이번에 실시하는 종합대책의 어느 구석에도 이러한 원인에 대한 대책을 찾아
볼 수 없다. 정부는 서울의 강북을 개발하고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여 주택공급
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만성적 초과수요에 대한 대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
다. 이것이야말로 대표적으로 수도권 중심의 발상이고 오히려 투기 발원지를 강화시
키는 정책이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인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취업기회, 교
육, 문화, 돈, 정보 등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인구가 2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도 대기업의 본사 하나 존재하지 않고,
기업의 연구개발부문도 본사와 가까운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그 결과 고학력자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는 자연히 수도권에 집중 분포하게 되고, 지
방대학 출신자들이 취업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대학은 연구와 교육에서
산학협력에 필요한 산업체 전문인력과 협력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
에서 지방대학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고 지방정부는 재정수입 한계로 문화
등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없다. 이러한 극단적인 불균형의
확대 재생산 구조 속에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 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지역의 만성적 초과수요를 해소하는 정책은 수도권에 주택공급을 증
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발전시켜 수도권 집중현상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것
이다. 이를 위해서 지방에서도 세계적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올 수 있고 세계수준의
대학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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