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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대학교육 위기의 본질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2381
게재일자   2002-12-06
Content (내용)
최근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의 불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 3일 대기
업 인사담당 책임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신입사원의 지식과 기술이
기업체가 원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하여 대학교육에 대한 기업체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기초하여 언론들이 앞다
퉈 대학교육의 부실을 성토하면서 대학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전경련의 이번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최근 대기업들이 고급인력을 해외에서 대량
으로 유치할 정도로 우리나라 인재육성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
다. 그런데 대학교육의 부실화는 정부, 기업, 사회, 대학이 함께 생성·심화시켜 왔기
때문에 그 책임을 대학에게만 묻는다면 문제의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

기업은 대학졸업자들의 지식이나 기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아
예 ‘전공 관련 이론지식’보다는 ‘기본적인 인성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중시하는 것
으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대학에서 배운 전공지식을
평가하는 선별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이 대
졸 신입사원의 채용과정에서 전공실력의 검증과정이 없고 단지 서류전형에서 학점
만 고려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학생들은 전문지식의 축적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
라 오로지 학점관리에만 관심이 있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취업을 고려하여 학점을
후하게 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고 많은 인적·물적 투자와 노력을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 기업의 이러
한 인력채용방식이 대학교육의 부실화를 심화시켜 왔다.

정부는 대학 학생 선발권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대학을 수능 점수라고 하는 하나의 잣대로 서열화 시키는데 일조 하였다. 학부모, 수
험생, 진학지도 교사들은 대학의 교수, 시설 등 질적 지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
로지 수능 점수의 서열에 기초하여 대학진학을 결정하고 있다. 언론도 이러한 어처
구니 없는 사회병리 현상을 바로 잡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키는
데 일조하여 왔다.

대학에서 경쟁력 있는 양질의 인재는 우수한 교수와 첨단의 교육시설에 의하여 양성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서 대학 경쟁력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는 대학간에
우수 교수 확보 경쟁이 치열하고 어떤 대학 어떤 전공에서 우수한 교수를 많이 확보
하면 자연히 우수한 학생들이 그 곳으로 몰려온다. 한국에서는 교수 연구실적 및 시
설과 신입생들의 입학성적과 상관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교육시장 환경에
서 대학의 진정한 개혁과 경쟁을 기대할 수 없다.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의 이러한 모순에서 비롯된 대학 교육의 부실화는 개인의 삶의
질과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학부모는 가
계 예산의 대부분을 교육비에 지출하고, 대학은 부실화되고 있고, 기업은 양질의 인
재를 확보하지 못하여 막대한 교육훈련비를 지출하고 있다. 대학 졸업생은 반수 이
상이 대학을 졸업하고도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을 동시에 개혁하여야 한다.
정부는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등록금 격차, 정치·경제·문화의 수도권 집중화에서 비
롯된 수도권 대학의 수도권 프리미엄을 제거하여 대학간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하여
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전국을 4대 권역별로 나누어 지원체제를 확립하고, 자유경쟁을 통하여
권역별로 2개 전후의 세계수준의 대학을 육성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대학간 유효경
쟁체제가 확립되고 기업이 능력에 따른 인력관리 시스템을 확립하면, 대학은 연구
와 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적극적으로 개혁을
추진하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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