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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금융개혁은 과연 성공적인가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1844
게재일자   2002-03-01
Content (내용)
한국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제체질 개선을 위해 금융, 노동, 재벌, 공공 등
4대 부문 개혁을 추진해 왔다. 개혁성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다
른 부문에 대한 개혁은 대단히 미흡하지만, 금융부문 개혁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금융부문 개혁은 과연 성공적인가.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양적 측면에서는 대단히
큰 폭으로 이루어졌다. 외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1997년말과 지난해말을 비교하
여 보면, 은행은 5개가 인가 취소되고 12개가 합병해 17개로 감소했다. 종금사는 30
개에서 3개로 감소하는 등 비은행 금융기관도 2천 68개에서 1천 545개로 감소했다.

이 과정에 은행부문의 일자리는 35.8% 감소했고, 비은행 금융기관을 포함한 금융산
업 전체에서는 29.1%가 감소, 약 8만 9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공적자금
이 무려 155조 3천억원이 투입 됐지만 그 회수율은 26.2%에 불과하고, 공적자금의
집행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은행의 당기 순이익은 1997년 3조 9천억원의 적자에서 2001년에
5조 2천억원의 흑자로 전환되고 BIS율은 11%를 상회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부문 개
혁은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불 하였지만, 금융산업 자체의 구조조정과 수익
률 제고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부문 개혁은 금융산업 자체의 건전성 뿐만 아니라 실물부문의 건전한 발
전을 유도할 수 있는 기능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금융
은 자본배분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본 배분방식의 변화를 통하여 기업경영
의 전략적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60-70년대 개발경제 시대에는 정부가 금융산업을 장악하고 정책금융을 통해 산업정
책과 경제개발 정책의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자금을 배분해 왔다. 당
시 정부는 이러한 전략으로 수출 산업과 중화학 공업 등을 효과적으로 육성함으로
써 압축성장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치금융 시스템에서 금융기관은 기업의 신용평가와 시장원리에 기
초하여 자금을 배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담보대출관행이 정착되었다. 대마불사가
상징적으로 말해주듯이 담보대출 관행은 기업으로 하여금 빚더미 속에서도 규모를
확대하는 등 이윤극대화 전략보다 판매량극대화 또는 대규모화 전략을 구사하도록
유도하였다.

이러한 경제시스템은 각국이 유치산업을 보호 육성할 수 있었던 개발경제 시대의 국
제경제 환경에서 유효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세계무역질서가
GATT체제에서 WTO체제로 이행하고 정보통신 기술 혁명이 일어나면서 세계가 하
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국민경제의 모든 부문
이 세계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전면적으로 노출되게 됐다.

한국경제가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새로운 세계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편으로 기업이 타인 자본 의존율을 줄이면서도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증권시장
이 발달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금융기관이 관치금융과 담보대출 관행에서 벗어나
서 시장금융과 신용대출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기업의 기술개발 및 인적자원관리 능력, 재무건전성, 상품개발 및 시장
개척 능력, 기업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신용평가 능력과 위험관리 능력
을 확보하고 이에 기초하여 자금배분을 해야 한다. 그렇게되면 상호보증 및 부채의
존형 경영관행이 극복되고, 기업의 공정경쟁과 상시적 구조조정이 유도되어 경제체
질이 강화될 것이다. 이 경우에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실질적으로 확보될 것이기 때
문에 금융기관이 이러한 기능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금융개혁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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