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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제목)   [이효수 경제칼럼] 중국 블랙홀과 한국의 고민
필자   이효수 게재지   영남일보
게재지면   이효수경제칼럼 조회수   2167
게재일자   2002-05-24
Content (내용)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내세우면서 개방 개혁을 추구한지 불과 20여년
만에 세계 최대의 제조업 생산기지와 세계시장의 중심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1990
년대 초만해도 중국으로 진출하는 기업은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 하기 위한 노동집약
적 산업이었고 진출기업도 각종 규제와 높은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고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은 최근 10년간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 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
하면서 세계의 기업을 엄청난 속도로 빨아들이는 등 이른바 중국 블랙홀 현상을 일
으키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나 초국가 기업을 비롯한 각국의 기업이 앞 다투어 중국으로 진출하
고 있다. 포츈지 선정 세계 500대기업의 50%이상이 이미 중국으로 진출하였고 한
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경제권 국가의 기업은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앞 다투
어 중국으로 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많은 기업이 단순히 중국에 신규 투자를 확
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의 설비투자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현상이 확산되는 등 이
른바 산업공동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년 사이 중국에 대한 투자가 투자건수 기준으로 약 5배, 투자액 기준으로 약
3.5배가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
소 조사에 의하면 조사 대상업체의 절반 이상이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할 계획을 가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가운데 절반 정도의 기업은 고부
가가치 상품 생산 공장까지도 옮기겠다는 것이고, 8.6%의 기업은 심지어 연구개발
등 핵심부문까지 옮기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중국이 이제 풍부한 저임
금 노동력 뿐만아니라, 종합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비해 비즈니스 하기에 좋은 환경
을 조성 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국 경제인 연합회가 지난 4월부터 5월초
까지 한국과 중국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44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중국에 비하여 단순히 임금만 높은 것이 아니라 기업 환경이 전반적으로 상
당히 나쁘다는 것이다. 임금은 8배가 높은데 생산성 격차는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
다. 차입금리도 중국의 5.6%에 비하여 2% 포인트나 높고 차입시 필요한 서류도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법인세율도 중국의 24.8%에 비하여 3.2%포인트가 높고 공
장 분양가는 4배, 물류비는 1.9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공장설립인허가 서류수
도 중국은 18.2개인데 한국은 34.6개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표들은 중국이 단순히 풍부한 노동력과 넓은 국토 등 상대적으로 풍부한
부존자원에 기초하여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통하여 정책적으로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러한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개혁 개방 정책이 풍부한 부존자원과 방대한 잠재적 시
장과 맞물리면서 블랙홀을 형성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몇 차례 중국을 방문 하면서 느낀 것은 중국은 국영기업 민영화, 금융시
스템의 현대화, 빈부격차 확대 등 해결하고 넘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중국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개혁 등을 강도 높게 추
진하여 고급 인재육성 시스템을 확보하는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을 착실하
게 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중국이 한국과 산업면에서 단순히 보완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첨단산업 분야까지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것임을
예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고민은 단순히 노동 집약적 산업의 중국 이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보
완관계를 유지하거나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집약형 첨단산업을 육
성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산업의 육성을 위하여 절대적으로 필요한
창의적 지식노동력의 축적구조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한국이 중국 블랙홀
에 따른 산업공동화 현상을 막고 중국경제의 부상을 한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좋
은 환경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
고 비교 경쟁우위 산업의 개발과 지식노동력의 축적구조를 구축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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